해커, 쿠드롱에 완승거두고 16강 진출[TS샴푸챔피언십]

[Brilliant Billiards=김철호 기자] 19일 밤 고양 소노캄호텔에서 열린 TS샴푸 챔피언십 PBA 32강전에서 세계 최강인 쿠드롱(웰컴저축은행)이 ‘당구 인플루언서’ 해커에게 세트스코어 3:0으로 패하면서 패닉 상태로 들어갔다. 쿠드롱은 누가 뭐래도 세계 최강이다. 세계랭킹에는 pba로 돌아서면서 랭킹에서 빠져 있지만 1,2위를 넘나드는 최고의 선수임은 누구도 토를 달지 않을 것이다.
당초 1승만 하면 좋다는 해커가 2승까지 하며 최강 쿠드롱과의 32강전에서는 쿠드롱의 승리를 누구나 장담했을것이나, 결과는 참담했다.
이날 경기서 해커는 시종일관 쿠드롱을 몰아붙였다. ‘럭키 샷’ 등의 행운도 따랐다. 1세트 초구를 6득점으로 연결한 해커는 2이닝서 하이런 8득점을 터트리며 14점으로 달아났다. 쿠드롱도 2이닝 7득점으로 쫓았으나 해커가 5이닝에서 남은 1득점을 마무리하며 15:9로 먼저 한 세트 앞서갔다.
해커는 계속해서 쿠드롱을 몰았다. 쿠드롱이 초구부터 3이닝 연속 득점으로 6:4로 앞섰으나 해커가 6이닝서 7:7 동점을 맞춘 다음 7,8이닝서 3-5득점을 뽑아내며 15:11 한 세트 더 달아났다.
마지막 세트서도 해커는 쿠드롱의 부진을 놓치지 않았다. 4이닝까지 5:1로 앞서간 해커는 10이닝에서 3득점으로 10:6, 12이닝에서 남은 5득점을 몰아치며 그대로 15:6 경기를 승리로 마쳤다. 쿠드롱을 잠재운 해커는 16강서 김종원(TS샴푸)를 상대로 8강 진출에 도전한다. 반면, 두 시즌 연속 TS샴푸 챔피언십 왕좌에 올랐던 쿠드롱은 이변의 희생양이 되면서 대회를 마감했다.
16강전에서는 김종원과 혈전을 벌어야 하는 해커가 과연 어디까지 진출할 수 있을까 모든 당구인들의 눈과 귀가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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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직후 인터뷰를 마친 해커가 주먹을 쥐어보이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PBA 사무국> |
‘당구 인플루언서’ 해커 경기 후 인터뷰 전문
Q. 경기 소감.
= 경기가 끝났지만 믿겨지지 않는다. 꿈만 같다. 우선 오늘 경기는 나에게 운이 많이 따라줬다. 1세트때 득점이 잘 된 것도 있지만, 마지막 득점도 키스가 안들어갔으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후 경기가 조금씩 잘 풀렸다. 1세트 끝나고 "하늘이 내 편 이구나" 싶었다.
Q. 쿠드롱과의 경기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나.
= 64강전 2세트 끝나고 옆 테이블을 보니, 쿠드롱이 경기를 이미 3:0 승리를 거두고 나가더라. 그때 3세트부터 이렇게 치다가는 쿠드롱한테 맞아죽겠다고 생각했다. 내일도 같은 테이블에서 경기를 해야하는데, 어떻게 편하게 칠수 있을까에 집중했다. 내가 생각하는것보다 부드럽게, 몸에 힘을 빼야겠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했고, 그렇게 3,4세트를 잘 풀었다. 그 느낌을 계속 생각하려고 노력했고, 오늘 경기 전까지 감을 잊지 않고 왔다.
Q. 직접 경기해본 쿠드롱은 어땠나.
= 쿠드롱은 내 마음속의 영원한 1번이다.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수다. 오늘 경기는 쿠드롱 선수가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Q. 이번 시즌 개막전 탈락 당시는 어땠나.
= 마민캄 선수가 너무 센 상대였다. 이번에도 128강에서 톱랭커 선수와 붙었으면 졌을 것 같다. 많은 아마추어 대회를 다니면서 느낀 부분이지만 늘 경기를 잘 할수는 없다. 안풀리는 경기를 이기거나, 토너먼트를 하면서 컨디션을 키워나가는게 중요한데, 첫 판부터 센선수와 붙으면 뭘 하기도 전에 끝난다. 이번 개막전때가 딱 그랬다.
Q. 16강에 진출했는데, 만족감도 클 것 같다.
= 당구를 잘 치는 분들이라면 제가 어느정도 치는 지 알고 계신다. 일반분들이 보실 때는 좀 다를 수 있다. 선수들이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경기로 저의 실력을 조금은 보여드린 것 같아서 조금 뿌듯하다. 또 제가 쿠드롱 선수를 한 번 이겼다고 해서 제가 쿠드롱보다 잘한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는다.
Q. 유튜브 실시간 시청자수가 2만이 넘었다. 응원 해주는 분들께 한마디 하자면.
= 늦은시간까지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 쿠드롱 선수하고 경기하는 것만으로도 재밌는 볼거리를 드렸다고 생각했는데, 이기기까지 해서 더 큰 선물 드리지 않았나 싶다. 추석 선물인 것 같다. 추석 잘 보내셨으면 좋겠다. 대회 직전에 제 개인 유튜브 채널에 쿠드롱을 장난스럽게 도발하는 영상을 찍고 왔는데, 조금 민망하다.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하고 또 즐기면서 경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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